현재와 과거의 접점,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는 뉴트로 열풍
할머니 댁에나 가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은 디자인의 유리컵, IMF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90년대를 떠 올리게 하는 시티팝. 과거의 느낌이 묻어있지만 묘하게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는 레트로 스타일이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복고풍을 뜻하는 ‘레트로(Retro)’ 라는 단어는 예전부터 쓰여왔지만, 최근에는 현대적인 감각이 가미된 세련된 레트로 스타일이 선호되고 있으며 과거의 것을 현재의 스타일로 재해석했다는 의미에서 new와 retro를 합성한 ‘뉴트로(New-tro)라는 용어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레트로’ 또는 ‘뉴트로’ 관련 단어를 언급한 온라인 게시글 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음악, 패션, 유통, 또는 인테리어나 지역 명소 등 공간과 관련된 화제가 주로 언급되고 있었습니다.
<’레트로/뉴트로’ 언급 소셜 미디어 게시글 수>
<’레트로/뉴트로’ 관련 주요 화제 소셜 미디어게시글 수 비중>
2019년 1월부터 9월까지 ‘레트로/뉴트로’ 관련 게시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주제는 ‘음악’ 이었습니다. ‘유열의 음악앨범’처럼 90년대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나 ‘뉴트로 감성 음악여행: 동네앨범’과 같이 뉴트로와 음악을 소재로 한 TV 예능이 제작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2019년 9월에는 아이돌 그룹 EXO의 ‘첸’이 레트로 감성의 신곡을 발표하며 레트로와 음악 관련 게시글 수 급증을 견인하는 등 음악 콘텐츠 분야에서 레트로 스타일이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9년 8월 말에는 ‘SBS 인기가요’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된 90년대 후반~2천년대 초반 방송분의 실시간 스트리밍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SBS 인기가요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은 당시 음악의 주 소비층이었던 현재 30~40대 연령층의 누리꾼에게 화제가 되었고, 해당 방송의 실시간 채팅창은 과거의 추억을 함께 이야기하는 장으로 ‘온라인 탑골공원’ 이라는 애칭이 붙기도 하였습니다.
<’레트로/뉴트로’ & ‘음악’ 동시 언급 소셜 미디어 게시글 수>
‘온라인 탑골공원’을 언급한 게시글은 2019년 8월 말에 집중되었으며, 추석 연휴 기간에는 KBS에서도 추석 특집 뮤직뱅크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하여 버즈량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온라인 탑골공원’ 관련 주요 연관어를 살펴보면, 당시 인기 뮤지션의 이름 및 최근에 활동하는 아이돌이 만든 ‘온라인 탑골공원’ 콘텐츠에 관한 내용이 자주 언급되었습니다. 당시 뮤지션의 이름으로는 ‘지오디’, ‘플라이투더스카이’, 온라인 탑골공원 내에서 ‘탑골 청하’라고 불리는 백지영, ‘조선의 레이디 가가’로 불리는 이정현 등이 다수 언급되었습니다. 또한 '뉴트로'가 현대 감각으로 재해석 된 과거의 양식을 의미하는 만큼, 당시를 향유했던 세대 뿐 아니라 정세운, 업텐션 선율과 같이 당시를 온전히 관통하지 않은 젊은 뮤지션들 또한 각자의 감성으로 탑골공원 콘텐츠를 만들어내면서 탑골 콘텐츠가 낯선 저연령층 누리꾼들도 그들을 통해 과거의 음악을 접하고 소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하였습니다.
<’온라인 탑골공원’ 언급 소셜 미디어 게시글 수>
<’온라인 탑골공원’ 소셜 미디어 게시글 주요 연관어>
‘온라인 탑골공원’을 언급한 소셜 미디어 게시글 수는 최초 스트리밍 방송 이후로 정체를 보이고 있지만, 유튜브의 스트리밍 영상은 꾸준히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실시간 채팅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2019년 10월 10일부터 15일까지 6일간의 데이터로 살펴본 인기가요 라이브 스트리밍 채널1(1990년대)의 누적 실시간 채팅수는 약 14만 7천 개, 채널2(2000년대)의 누적 실시간 채팅은 약 8만 3천 개였습니다. 채널별로 시간당 평균 3천에서 6천개의 실시간 댓글이 생성되었고, 시청이 집중되는 새벽 1시와 점심시간인 오후 12시 시간대에는 동영상별로 1만 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는 등 온라인 탑골공원 콘텐츠는 여전히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튜브 ’인기가요 스트리밍’ 실시간 채팅 시간대별 누적 댓글수>
온라인에서 과거의 향수를 소환하는 음악 콘텐츠가 화제라면, 오프라인에서는 레트로 스타일을 활용한 공간 및 지역 명소가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레트로 컨셉의 인테리어와 메뉴로 주목을 받고 있는 카페나 식당은 물론이고, 국내 여러 지역에서는 과거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1년 간 레트로/뉴트로와 장소 관련 단어를 동시에 언급한 게시글 수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2019년 1월에는 을지로 재개발과 관련하여 과거의 흔적 보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생성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과한 레트로 컨셉을 활용한 공간에 대한 불만, 각자가 생각하는 레트로 인테리어 컨셉에 대한 의견 공유 등 레트로와 공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소셜 미디어에서 생산되고 있었습니다.
<’레트로/뉴트로’ & ‘공간’ 동시 언급 소셜 미디어 게시글 수>
레트로 공간 관련 게시글 중 장소에 초점을 맞추어 자주 언급된 지역을 살펴보면, 서울을 제외하고 ‘을지로’의 언급량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 뒤를 ‘부산’, ‘인천’ 등의 도시명이 따르고 있으며, ‘강화도’, ‘경주’, ‘목포’ 등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도시의 언급 빈도도 상위권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중 ‘을지로’와 ‘익선동’은 과거와 현재가 잘 어우러진 곳으로 레트로 스타일을 대표하는 지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곳에서는 오래된 집과 건물을 그대로 살린 장소에 다이얼을 돌리는 전화기나 한국화 병풍 같은 옛 인테리어 소품을 배치하여 과거 감성을 물씬 풍기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누리꾼들은 카페 추천 게시글과 SNS 인증샷 등을 통해 을지로와 익선동, 그리고 레트로 스타일에 대해 높은 빈도로 언급하고 있었습니다. ‘강화도’는 오래된 방직 공장 건물을 개조하여 카페 겸 미술관으로 활용하고 있는 ‘조양방직’과 함께 자주 언급되었으며, 경주는 추억의 교복 체험과 '황리단길', 목포는 근대역사관과 영화 1987 촬영지, ‘목포 레트로 여행’ 상품 등과 함께 언급 빈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레트로 컨셉의 카페가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레트로’와 ‘공간’을 동시 언급한 게시글에서는 ‘카페’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었습니다. 친구와 레트로 컨셉 카페를 방문하거나, 가족과 주말에 가는 떠나는 여행 등과 같이 '레트로'와 '공간'을 함께 언급한 게시글에서는 ‘주말’, ‘가족’, ‘함께’, ‘추억’ 등의 단어가 다수 함께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레트로 컨셉은 특정 그룹의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닌,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에게 두루 다가갈 수 있는 양식임을 엿볼 수 있습니다.
<’레트로/뉴트로’ & ‘공간’ 장소별 언급 빈도>
<’레트로/뉴트로’ & ‘공간’ 동시 언급 소셜 미디어 게시글 주요 연관어>
음악과 공간 외에도 유통 분야에서는 팔도의 ‘네넴띤’, 곰표 밀가루에서 진행하였던 영화관, 화장품 브랜드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콜라보레이션 사례와 같이 레트로 컨셉을 차용한 제품 출시와 협업 등이 활발히 일어나 소비자의 호응을 얻고 있으며, 패션 분야에서는 ‘휠라(FILA)’와 같이 레트로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브랜드 이미지 변화 및 매출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온 사례들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레트로 열풍은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옛것에 지금의 감성을 가미하여 현재에 맞는 스타일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그 시대를 직접 겪지 못한 젊은 연령층에는 접해보지 못한 분위기에서 오는 힙한 느낌을, 그 시대를 직접 경험한 중장년층에게는 과거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트리거를 제공해준다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현재의 레트로 열풍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지속되어 현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풍부한 감성을 계속해서 전해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