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이 가져온 소셜미디어 속 파급효과
2020년 2월, 미국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국가대표 경기를 보는 것과 같이 긴장감과 설렘으로 가득 찬 모습이었습니다. 다 함께 떨리는 마음으로 지켜보다가 영화 수상작 이름이 불려졌을 때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고도 하는데요, 바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때문입니다. 영화 ‘기생충’은 한국 영화 역사 101년만에 처음으로 아카데미 상을 수상한 작품이면서 4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특히 각본상은 아시아계에서 최초로 수상하며 아카데미의 역사도 새로 썼습니다. 시상식이 있던 날, 닐슨코리아 시청률 정보에 따르면 아카데미 시상식 생중계는 유료 플랫폼 기준 약 5.6%정도를 기록했는데, 평소 같은 시간대의 시청률이 2% 정도로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시상식의 순간을 함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대한민국과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한 영화 ‘기생충’ 은 영화와 함께 여러 이슈들이 화제를 일으키기도 하였는데요, ‘기생충’에 대해서 어떠한 이야기들이 언급되었는지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살펴보았습니다.
먼저 지난 2019년 4월부터 2020년 2월까지의 소셜미디어의 버즈량 추이를 살펴보면 2번의 큰 상승 지점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피크 지점은 2019년 5월로, 5월 말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봉준호’ 키워드의 버즈량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5월 30일에는 국내 개봉과 관련해서 ‘기생충’의 버즈량의 크게 상승하여 6월까지도 이어진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2020년 올해 2월 10일에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의 영향으로 2월 지점에서는 ‘기생충’, ‘봉준호’ 키워드의 버즈량이 최고점에 도달했으며 이때 키워드들의 평균 버즈량은 약 5~60만 건 정도 발생하였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버즈가 발생한 채널별 비중도 살펴보았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으로는 트위터를 중심으로 SNS의 비중이 ‘기생충’, ‘봉준호’ 키워드에서 공통적으로 크게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짧은 글의 형태로 아카데미 수상 결과를 다룬 간단한 정보 공유나 수상 소감 내용 등의 게시글이 리트윗이 되면서 버즈량 수치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측됩니다. 또한, 특히 ‘기생충’ 키워드의 경우에는 ‘블로그’, ‘클럽’, ‘전문 사이트’와 같이 커뮤니티 성격의 게시판 형식 채널에서의 비중이 ‘봉준호’에 비해 다소 더 크게 나타났는데요, 그 배경으로 ‘기생충’ 영화의 줄거리나 리뷰, 해석 등의 비교적 긴 내용들이 해당 채널들에서 많이 언급되면서 버즈 비중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봉준호’의 경우에는 ‘기생충’에 비해 트위터 등 SNS 상에서의 비중이 소폭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음으로 ‘기생충’과 ‘봉준호’ 키워드와 같이 언급되었던 연관어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기생충’키워드의 연관어로는 주로 작품과 관련된 키워드가 언급되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눈을 가린 설정이 화제가 되었던 포스터의 연출부터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스토리와 숨겨진 해석 내용들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언급되고 있었습니다. 반면, ‘봉준호’ 키워드 연관어의 경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봉준호 감독의 존재감이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1인치의 자막 장벽을 뛰어넘자’는 감동적이고 재치 있는 수상소감 내용에 대한 인용과 더불어 시상식이나 공식 석상의 자리에서 봉준호의 통역을 맡았던 통역사 ‘샤론 최’에 대한 언급도 눈에 띄는 내용입니다. 이 밖에도 수상 이후 청와대에 오찬 초청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언급되어 영화 관련한 다양한 행사에 대해서도 콘텐츠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 사람들은 영화 ‘기생충’의 어떤 요소에 특히 매력을 느끼고 많은 이야기를 했을까요?
‘기생충’과 함께 다섯 가지의 속성(연출, 배우, 음악/ost, 스토리, 대사)이 함께 언급된 버즈량의 비중을 비교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대사’가 3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고, 다음으로는 배우, 연출, 스토리, 음악/ost 의 순서로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들아 역시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굉장히 상징적이네요’, ‘부자라서 착한 거야’등 등장인물마다 성격이 잘 드러났던 대사들이 명대사로 입에 오르내리게 되면서 광고나 언론매체들도 사용하는 유행어로 화제가 된 것과 같이 ‘대사’가 기생충에서는 가장 인상적인 주요 요소로 자리 잡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영화 ‘기생충’은 영화 자체와 감독, 배우들과 관련하여 여러 이슈와 화제를 만들었으며, 대사 패러디를 통한 유행어까지 생겨났는데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유행들이 생겨났습니다.
영화 ‘기생충’이 만들어낸 가장 큰 유행은 단연 ‘짜파구리’ 열풍입니다.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채끝살과 함께 먹었던 ‘짜파게티’와 ‘너구리’ 라면 조합인 ‘짜파구리’는 소셜미디어 상에서 ‘짜파구리’ 단어 그 자체로 언급되거나 ‘짜파게티’, ‘너구리’, ‘라면’등의 표현 그리고 라면 제조사인 ‘농심’ 브랜드 형태 등으로도 언급이 증가하였으며 해외에서도 짜파구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레시피’ 키워드 역시 많이 언급된 것으로 포착되었습니다.
실제 농심에서 발표한 매출 실적에 따르면 짜파게티의 이번 2월 해외 매출이 작년 2월 68만 달러보다 약2배 이상 증가한 150만 달러를 기록하며, 이는 월간 최대 기록을 세운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해외 소비자들이 짜파구리 관련 SNS 게시글이나 영상을 접한 뒤 판매를 요청하면서 실제 수출로도 이어졌습니다. 해외에서 짜파게티 판매가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또한 연초에 기생충을 개봉했던 일본과 시상식 이후 재개봉과 함께 극장에서 이벤트를 진행했던 베트남도 주요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실제 온라인 공간에서의 ‘짜파구리’ 키워드의 버즈 게시글의 추이를 살펴보면 소셜미디어 전 채널에서 영화 개봉 이후에는 약 10% 정도가 증가하였는데 2020년 2월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에는 약 51% 의 증가를 보여 영화 ‘기생충’이 짜파구리에 대한 관심을 견인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같은 맥락으로 ‘소고기’, ‘한우’의 키워드도 많이 언급된 키워드 중 하나로 볼 수 있으며, 이는 영화 속 내용처럼 실제 소고기와 함께 ‘짜파구리’를 만들어 먹은 인증 후기 공유 글이나, 레시피 추천 등의 게시물들이 공유되면서 버즈량이 상승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송강호가 연기한 ‘기택’이 영화 속에서 언급했던 ‘대만 카스텔라’는 2010년 대 이후 자영업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꼽히는 아이템입니다. 그 당시 대만 카스텔라 사업과 관련한 사례나 배경 등과 함께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관심을 받으며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졌습니다. 다음으로 등장한 ‘샤론 최’ 키워드는 봉준호의 수상소감을 뛰어난 통역 센스로 매끄럽게 전달하면서 국내외 주목을 받은 통역사의 이름으로, 영화제에서의 활약과 개인적인 전공이나 직업까지도 역시 크게 화제가 되면서 사람들이 많이 언급한 주제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또한 ‘반지하’, ‘계급’, ‘가난’이라는 주제 단어들도 영화 속 주연 가족들이 처한 상황을 드러낸 내용인데요, 특히 이 주제와 관련해서는 영화에 나온 주인공 ‘기택’이 살던 동네 및 슈퍼와 같은 촬영지를 관광지로 선정을 하냐에 따라 동네 주민들의 ‘가난 낙인’이냐는 반발과 함께 논란이 발생하면서 많은 언급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기생충’은 단순히 국내 영화시장에서의 흥행 여부를 넘어 전 세계 영화사에 의미 있는 수상 실적을 남기게 되었고, 한국 음식의 화제성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계급 사회의 이면까지 사람들에게 한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흥미로운 스토리와 배우들의 인상적인 연기, 감독의 훌륭한 연출력도 당연히 큰 부분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을 통해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멋진 인상을 심어주고 엄청난 성과를 이룬 것을 시작으로, 산업 전반적으로 좋은 영향력을 만들어 내어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이루어 낸 것같이 향후 한국 문화 사업의 다른 분야에서도 이와 같이 멋진 일들이 더 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