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시대와 홈코노미
전통적으로 집은 가족의 주거 공간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주거 공간 그 이상의 기능을 하며 휴식, 레저, 문화를 즐기는 공간으로 확대되기 시작하며 집안에서 다양한 경제 활동을 일컫는 ‘홈코노미(Home+Economy)’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홈코노미는 온라인 쇼핑의 성장, 1인가구의 증가,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인한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확산 등으로 꾸준히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2020년 초반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의 일상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재택근무가 확대되고 각종 모임이 취소되면서 사람들이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고, 이에 따라 기존에 집 밖에서 활동하는 것을 선호하던 사람들까지 집에서 대부분의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홈코노미에 대한 관심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타게 되었습니다.
온라인 상의 홈코노미 언급 추이를 살펴보기 위해 음식 배달, 가정간편식(HMR), 홈케어, 홈카페, 홈트레이닝, 홈엔터테인먼트, 홈스타일링 등 홈코노미에 대한 다양한 키워드를 포함하여 ‘홈코노미’ 전체 시장의 버즈 추이를 살펴보았습니다. 2019년 4만건 내외였던 버즈량은 코로나가 발생한 1월말부터 증가한 영향으로 1월부터 소폭 성장하였으며 2020년 2월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올해 1월 대비 4월 홈코노미에 대한 버즈량은 약 3.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홈코노미에 대한 관심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다양한 홈코노미 활동 중 어떠한 활동에 가장 많이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요? 이를 확인하기 위해 홈코노미에 해당하는 다양한 키워드를 카테고리 별로 살펴보았습니다. 홈코노미의 하위 카테고리 중 가장 많이 언급된 주제 세 가지는 ‘홈트레이닝’, ‘홈카페’, 그리고 ‘홈스타일링’로 나타났습니다. 모든 카테고리의 언급량이 2020년 1월부터 꾸준히 상승했지만 그 중 홈트레이닝과 홈카페, 홈스타일링 버즈는 올해 1월 대비 각각 308%, 451%, 242% 증가해 폭발적인 성장을 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버즈량이 가장 많았던 위 세 가지 홈코노미 활동을 중심으로 코로나 이후 사람들의 실내 경제 생활에 어떤 특징이 있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이미 건강한 삶 열풍 등으로 인해서 버즈량이 증가하고 있던 홈트레이닝은 코로나19가 확산으로 헬스장 등 많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이는 다중이용시설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관심이 증가했습니다. 버즈량 추이를 분석해보면, 지난 해 2만건 내외로 일정했던 홈트레이닝 관련 버즈량이 연말 연초 운동 결심을 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11월부터 소폭 증가추이를 보이다가 2020년 2월을 기점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홈트레이닝 연관어 중 ‘식단’, ‘자세’, ‘다이어트’, ‘체지방’ 외에도 ‘면역력’, ‘확찐자(코로나19로 활동량이 급감해 살이 확 찐 사람을 이르는 말)’ 등의 키워드가 상위에 랭크되어 코로나19를 계기로 사람들이 건강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를 홈트레이닝으로 극복하려고 하는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홈트레이닝 시장에 대한 인기는 Mobile App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건강/운동 관련 상위 App 이용시간은 2월 월간 일수 영향으로 다소 감소했으나 1월부터 꾸준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은 체계적인 운동 스케줄 관리와 운동량 측정, 식단 관리 등을 제공하는 Mobile App을 이용하며 홈트레이닝 효과를 보고자 하는 것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밖에도 YouTube 채널의 유명 홈트레이닝 채널인 ‘땅끄부부’는 2020년 5월 기준 구독자를 221만명, 전체 영상 조회수는 2억 6천만 뷰를 기록하며 홈트레이닝을 효과적으로 하려는 사람들의 니즈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홈카페 관련 버즈를 살펴보겠습니다. 실내 여가 생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집에서 커피 전문점 못지 않은 음료와 디저트, 그리고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홈카페 문화의 인기도 증가했습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시점에 홈카페 열풍의 도화선이 된 것은 지난 1분기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화제가 된 ‘달고나커피’ 만들기입니다. 달고나커피는 커피가루와 설탕, 우유, 그리고 뜨거운 물을 넣은 뒤 400번 이상 휘저어서 만든 거품을 차가운 우유 위에 얹어 마시는 음료로, 간단한 재료와 흥미있는 레시피가 집콕생활에 무료함을 느끼던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인기 유튜버 등이 너도나도 따라 하면서 달고나 커피가 큰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달고나 커피 같이 별다른 도구나 재료 없이도 만들 수 있는 음료도 유행이었지만, 홈카페에서 고급 음료를 즐기기 위해 다양한 제품을 구매하면서 관련 용품에 대한 관심도 함께 성장했습니다. 2020년 2월을 기점으로 원두, 캡슐, 커피머신 등 홈카페 관련 제품의 언급량도 함께 증가했으며 이러한 관심은 매출 증가로도 이어졌습니다. 스타벅스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매장에서 판매한 원두 패키지와 스틱형 커피의 판매 수량이 전년 대비 각각 26%, 20% 증가했다고 밝혔으며, 스위스 커피머신 브랜드 유라(JURA)도 올해 2월 자사 제품의 온라인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5%나 증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커피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상황에서 커피업계는 각종 핸드드립 제품, 캡슐 커피, 스틱 커피 등 홈카페 관련 신제품을 앞다투어 출시하고 있습니다.
홈카페의 인기에 힘입어 집에서 직접 빵이나 디저트를 굽는 ‘홈베이킹’ 및 제과/제빵용품의 인기도 증가하며 계량스푼, 쿠킹타이머, 제빵 소도구, 반죽기 등 홈베이킹 관련 제품의 버즈량 역시 올해 2월부터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냉동 생지 매출이 1088% 성장했다고 밝히는 등 완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홈카페, 홈베이킹으로 여가를 보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나타납니다.
마지막으로 ‘홈스타일링’에 대해서 확인해보겠습니다. 이미 ‘셀프 인테리어, 온라인 집들이’ 등으로인해 인기가 증가하고 있던 ‘홈스타일링’은 이전에는 ‘홈인테리어’라는 단어로 주로 언급되어왔습니다. 인테리어는 대규모 시공을 의미하는 반면, 홈스타일링은 소품이나 가구를 활용하거나 간단한 시공을 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을 통칭하여 ‘홈스타일링’과 ‘홈인테리어’가 혼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집안에서 업무, 요리,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되며 집의 용도가 변화했고, 새로운 필요에 적합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홈스타일링을 선택하며 이에 대한 온라인상의 버즈량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중 ‘홈스타일링’ 연관어를 살펴보면 ‘만들다’, ‘셀프페인팅’, ‘시트지’, ‘핸드메이드’ 등 DIY(Do It Yourself,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직접 만드는 것)와 관련한 키워드의 빈도수가 특히 높게 나타났습니다.. DIY의 2020년 4월 버즈량은 지난 달에 비해 59% 상승했으며, 가장 연관도가 높은 집 안의 공간은 거실, 주방, 안방, 현관, 그리고 화장실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동안, 사람들은 재택근무의 효율성과 다양한 실내 활동을 경험하며 집에 대한 관점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집은 더이상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 아닌 자기계발과 놀이의 공간으로 탈바꿈했으며,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비대면 기술의 발전은 실내생활을 더 용이하고 즐겁게 만들고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람들은 홈코노미 산업을 통해 단순히 편리함을 제공받는 것을 넘어 건강과 재미를 추구하며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합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향후 홈코노미 산업은 어떠한 모습으로 성장하여 우리의 생활을 풍요롭게 할지 기대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