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비거니즘
‘채식주의’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고 풀만 먹는 식습관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건강을 위해 육류를 소비하지 않는 식생활을 의미했던 채식주의는 최근 온라인상에서 MZ세대를 중심으로 건강뿐 아니라 환경과 윤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비거니즘’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했습니다.
*비거니즘(영어: veganism): 동물을 착취해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거부해야 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동물권을 옹호하며 종 차별에 반대하는 사상과 철학. (출처: 두산백과)
‘비거니즘’과 관련된 소셜미디어 내 버즈량은 지난 2017년 9월부터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2020년 8월에는 유난히 길었던 장마철과 그로 인한 홍수 등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더해져 환경을 위한 비거니즘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이 성장했으며, 채식 인구를 겨냥한 각종 신제품이 출시되어 관심이 대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3년간 비거니즘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발전해왔을까요? 워드클라우드를 통해 비거니즘 주요 화제 변화를 살펴보았습니다.
2018년 3분기 비거니즘 연관어로 ‘유당불내증’, ‘다이어트’, ‘계란알러지’ 등이 상위에 나타나 주로 건강상의 특수한 이슈가 채식의 주된 이유로 확인됩니다. 이듬해 2019년에는 ‘#크루얼티프리(Cruelty-free,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거나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 해시태그가 유행하며 비거니즘이 ‘패션’, ‘가방’, ‘화장품’ 등 식생활 외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모습이 보입니다. 202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비건 식품 및 제품의 구체적인 브랜드명이 다수 언급되며 비거니즘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연관어 분석을 통해 비거니즘이 소수의 생활 습관을 넘어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일상 속에서 비거니즘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산업영역에서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연관 키워드로 주로 등장한 외식 및 식품 산업과 뷰티 산업의 트렌드를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외식 및 식품 산업
2020년 여름 비거니즘 연관어 중 식생활과 관련된 키워드를 살펴보면, ‘칼로리’, ‘영양소’, ‘레시피’, ‘건강식’ 등의 키워드와 함께 ‘#나의비거니즘일기’, ‘#비건식단’ 등의 해시태그를 통해 다양한 식품 및 제품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반식에 비해 조리방법 등을 찾기가 까다로운 만큼 비거니즘 식단 관련된 정보를 해시태그를 통해 활발하게 공유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개인의 식단을 넘어 외식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오면서 ‘비건 식당’,대체 식품’도 새롭게 각광받으며 ‘비거니즘’ 상위 연관 키워드로 나타났습니다.
비건 식당은 일반 식당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다양한 메뉴를 갖춰 젊은이들의 호응을 얻으며 강남, 이태원, 합정 등 번화가에 위치하며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 비건 외식산업의 규모가 해마다 성장하면서 2000년대 후반 전국 100~150개에 그쳤던 것이 작년 기준 400여 곳으로 10년 새 3~4배 가량 증가했습니다. 또한 ‘배달의 민족’ 등 주요 배달 앱에서도 채식 카테고리를 새롭게 추가했으며, 채식어플인 ‘채식한끼’가 올해 7월 출시되어 8월 순이용자수 3만 7천여명을 달성하는 등 모바일 앱 서비스 시장에서도 비건 수요를 잡기 위한 전략을 펼쳐 인기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식생활에 찾아온 변화로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식품(3,418건)’ 키워드 및 식물성 단백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비욘드미트(Beyond Meat)’, ‘언리미트’, 그리고 ‘제로미트’ 등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관련 제품들도 외식 브랜드에서 출시되고 있는데, 롯데리아와 서브웨이, 샐러디 등 각종 브랜드에서 대체육을 활용한 메뉴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채식 간편식 시장도 성장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오뚜기에서 출시한 ‘그린가든’ 제품라인과 풀무원에서 선보인 채식 라면정면’등의 대체 식품이 각종 메이저 브랜드에서 출시되어 채식 인구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처럼 각종 대체육, 대체식품 등이 호기심에 한번 먹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련 상품이 출시되고 있어 관련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 뷰티산업
최근의 비거니즘은 육류를 소비하지 않는 행위뿐만 아니라 제품 생산이나 사용에 있어 동물의 희생을 최소화하는 것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식품산업을 넘어 소비재 등 생활방식과 관련된 모든 소비활동으로 확장되며 뷰티업계에서도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습니다.
비거니즘 연관어 중 뷰티산업 연관어 워드클라우드에는 ‘동물실험’ 키워드가 주요하게 나타나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 브랜드와 환경을 해치지 않는 ‘원료’에 대한 관심이 큰 것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물실험 없는 화장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과거에도 이어왔으며 이에 따라 국내 대형 화장품을 비롯한 업계의 다양한 브랜드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동물실험을 지양해왔습니다. 최근 국내 신생 화장품 브랜드들은 동물실험 금지를 선언하는 것 이상의 노력으로 ‘비건 뷰티 브랜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2017년 설립된 뷰티 브랜드 ‘디어달리아’는 비건 제품임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내세워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브러쉬 등 메이크업 용품을 구매할 때에도, ‘러쉬(LUSH)’나 올리브영에서 판매되는 ‘엘프(Elf)’ 등의 브랜드에서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소구점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비자들의 관심은 화장품에 사용되는 원료나 성분으로도 확장되었습니다. 올해 8월 트위터에서는 바닷속 산호의 백화현상을 초래하는 ‘옥시벤존’과 ‘옥시노세이트’ 성분을 포함하지 않은 ‘프로젝트코랄’ 선크림이 화제가 되며 12,100회 이상 리트윗 되며 자연까지 생각하는 뷰티 소비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소비자들의 나 자신과 자연환경 모두에 순한 화장품을 선택하고자 하는 니즈로 비건 원료와 성분을 강조하는 브랜드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비거니즘 트렌드는 우리의 먹고, 바르고, 입는 방식을 바꾸며 생활 곳곳에 점차 스며들고 있습니다. 기존의 ‘비거니즘’은 개인의 신념의 의해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다소 어려운 것이었다면, 현재의 ‘비거니즘’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소비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건강과 안정성, 그리고 윤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비거니즘은 꾸준히 지속 및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관련 시장이 더욱 성장하여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더 다양하고 넓은 선택지가 제공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