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게 소셜미디어는 ‘양날의 검’이라고 흔히 평합니다. 온라인 소비자들과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마케팅 채널인 동시에, 부정 이슈 및 루머가 빠르게 생성·확산되고 진원지와 확산 범위를 찾아내기 힘들어 자칫 방심하다가 기업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번 낙인 찍힌 기업은 매출 및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투여해야 하며,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지는 기업도 상당수입니다. 기업들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1차적으로 ‘액션을 취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고, 2차적으로는 ‘어떻게’,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할지를 결정할 것입니다. 현업에서 느낀 점은 아직도 많은 기업의 의사결정권자들은 부정 이슈 발생 시 ‘입에도 올리지 말 것’을 주문한다는 겁니다. 실무자들은 과연 회피하는 것이 최선인지를 고민합니다. 실무자들은 입을 모아 의사결정권자들을 설득하고 싶어도 근거로 쓸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무위로 그치고 만다고 합니다.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 물질 유출과 관련하여 정부가 늑장 대응을 하여 불안감을 증폭시킨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습니다.
‘방사능’ 관련 온라인 버즈 발생 추이를 보면, 7월 초부터 소셜미디어 상에서 방사능 관련 메시지 수가 오름세를 보이다 7월 25일 후쿠시마 원전에서 초고농도 방사능 수증기가 유출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전일 대비 버즈량이 4배 가까이 증가하였습니다. 이후 버즈량은 등락을 반복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SNS 등을 통해 석 달간 꾸준히 아젠다가 확산되면서 방사능 이슈가 정체기이던 2분기에 비해 3분기 버즈량은 약 3.6배가 증가했습니다.
위와 같이 3월 말부터 SNS를 통해 ‘후쿠시마 방사능 돌연변이’라는 내용과 함께 출처를 알 수 없는 이미지 링크들이 지속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으며, 7월 방사능 이슈가 재점화되면서 부정 버즈도 급증하였습니다. 8월 초 정홍원 총리는 일본 방사능에 대한 네티즌들의 우려를 괴담으로 일축하며 이를 유포하는 행위도 처벌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현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과 정확한 정보가 유통되지 못해 정보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오히려 일본산 수산물이나 식품 등의 수입 및 섭취를 둘러싼 논쟁이 일어나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확산되었습니다. 정부는 이슈가 재점화되고 한 달이 지난 후 정책설명회 등을 통해 구체적인 대응에 나섰지만, 식약처장이 ‘안전하다’는 말을 한지 닷새 뒤에 정부가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에 대한 수산물 전면금지 조치를 취해 혼선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몇몇 기업들은 자사의 제품이 일본에서 제조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방사능 제품’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루머는 정확한 정보의 부재로 확산됩니다. 캐스 선스타인(Cass R. Sunstein)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저서 <루머>에서 루머나 괴담이 쉽게 확산되는 현상을 세 가지로 설명했습니다. ‘사회적 폭포효과(social cascades)’와 ‘집단 극단화(group polarization)’가 중첩돼 루머가 퍼져나간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 들이는 ‘편향 동화(biased assimilation)’는 루머를 진실로 인지하게끔 한다고 봅니다.
‘사회적 폭포효과’는 사람들이 판단을 내릴 때 타인의 생각과 행동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에 일어납니다. 어떤 사실에 대해 자신이 가진 정보가 없거나 부족할 때 타인의 의견에 쉽게 편승하며, 특히 지인이 믿는 루머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집단 극단화’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 그전보다 더 극단적인 생각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가리킵니다. 이와 함께 ‘편향 동화’는 믿고 싶은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의견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성향을 말합니다. 이것들의 합이 루머를 견고하고 빠르게 확산시킨다는 겁니다.
어떤 쟁점이나 이슈가 있을 때 트위터나 카카오톡 등 SNS 상에서 마치 사실인양 ‘카더라’가 유통되게 되면, 이 채널의 특성상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는 위의 현상에 따라 기정사실화가 되거나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끊임없이 개인이나 기업의 이미지에 타격을 줍니다. 정확한 정보의 부재로 말미암아 ‘방사능 괴담’이 떠돌고 ‘일본은 이제 망한다’와 같은 극단적인 메시지가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정보가 사회 전반으로 유통되는 데 과거에는 2~3일이 걸렸다면 요즘은 3~5시간 만에 SNS을 통해 확산된 정보가 공론장에 올라오게 됩니다.
정부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특히 부정 이슈나 루머가 생성되었을 때 신속하게 문제를 파악하고 진정성 있게 대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사전적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는 동시에 언제라도 신속·정확하게 액션을 취할 수 있게 위기 관리 매뉴얼을 확립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전사적 혹은 범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나 ‘위기대응팀’이 마련돼 있으면 의사결정권자에게 관련 사안에 대한 보고와 의사결정이 빨리 이뤄지게 되고,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방사능 사태와 같이 각 행정처가 다른 목소리를 내거나 당초 발표 내용을 번복하는 등 혼선을 빚지 않을 것입니다. 소셜미디어의 시대, 더이상 회피가 능사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온라인 상의 아젠다는 빠르게 바뀌지만 과거의 부정 버즈가 이따금씩 회자되다가 비슷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 다시 도마 위에 오르기 때문입니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발빠른 위기 대응으로 부정 이슈 및 루머 확산을 최소화하고, 사전·사후 관리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 힘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