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청춘’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최근 청춘들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그려내 공감을 얻은 드라마 <청춘시대(Jtbc)>를 비롯해 청춘을 소재로 한 책, 영화, 연극 등의 대중문화 컨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그들에게 위로와 조언을 건네는 정치∙사회∙경제 각 분야의 멘토들의 강연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청춘’이 언급된 온라인 기사 건수와 소셜 미디어 게시글 수의 증가세로도 나타납니다. 특히 2016년 상반기에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10대 후반에서 20대에 이르는 시기’를 일컫는 청춘의 의미가 30대 연령대까지 확대돼서 소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매년 상반기 ‘청춘’과 함께 언급된 ‘30대’의 빈도수(8,164회 → 19,223회 → 25,591회) 증가가 전반적으로 생애 주기가 늦춰지는 현 세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림 1. 청춘 관련 버즈량 및 온라인 기사량 변화]
그런데 점차 넓은 연령대로 청춘의 의미가 확대된 것과 함께, 과거에는 청춘이 ‘기성세대가 다시 돌아가고 싶은 부러운 시절’의 의미로 비춰진 것과는 대조적으로 청춘의 불안하고 힘든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10대부터 30대에 속하는 청춘들의 주요 소통 수단인 소셜 미디어 내 부정 게시글의 증가 폭이 더 크다는 사실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림 2. 청춘 관련 버즈 및 온라인 기사 선호도 변화]
무엇이 청춘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인지, 2016년 상반기 청춘이 언급된 총 9십1만 7천4백3건의 게시글을 대상으로 청춘과 함께 언급된 주요 부정 키워드의 내용을 분석했습니다. 물론 청춘이기 때문에 ‘걱정(17,543건)’하고, ‘상처(9,039건)’받고, ‘실패(3,508건)’에 대한 ‘두려움(1,557건)’과 ‘불안함(1,196건)’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청춘의 연관 키워드에 ‘포기(11,097건)’가 있고, 그것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림 3. ‘청춘’ 관련 부정 키워드 동시 언급량 변화]
그렇다면 현재 청춘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을 가장 걱정하게 만드는 것들은 무엇인지, 2016년 상반기 청춘과 걱정이 동시에 언급된 게시글 총 4만 3천1백8십6건을 대상으로 2차 키워드 분석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이들에겐 1)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존재 자체에 대한 고민과 함께 2) 경제적인 어려움, 3) 관계에서 오는 부담감, 4) 진로에 대한 불안함의 정도가 가장 컸습니다.
[그림 4. ‘청춘’ & ‘걱정’ 동시 언급 키워드 및 언급횟수]
이 같은 청춘의 어려움은 곧 자조적인 신조어를 탄생시켰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분출된 ‘ㅇㅈ세대(=인정세대)’, 이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사회에 대한 냉소를 표출한 ‘헬조선’이 대표적입니다. 한편, 관계에 있어서는 주로 자신의 처지로 인해 부모님과 갈등을 빚거나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압도적이었는데 이는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하지 못하거나 취업 후에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부모님에게 얹혀 산다’는 의미의 ‘캥거루족’이라는 신조어를 낳았습니다. 진로에 대한 고민 중에 공무원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문과생이어서 죄송하다.”는 의미의 합성어 ‘문송합니다’도 현 세대가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림 5. ‘청춘’ 관련 자조적 신조어 버즈량 변화]
이같이 사회 전반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청춘이 주목 받고 있는 상황은 곧 “청춘 마케팅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잠재유입 가능성이 큰’ 이들이 처한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은 이들의 현실을 감안한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거나, 변화된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입자 이동이 빈번한 금융 및 통신업계에서의 행보가 두드러집니다.
[그림 6. 청춘 마케팅 업종별 키워드 및 마케팅 사례 비교]
보험/금융 업계에서는 청춘들의 ‘현실에 대한 불안감’에 집중적으로 소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사례로, 교보생명은 청춘의 도전, 성장, 소통을 주제로 ‘청춘家곡’이라는 마케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중 대학생으로 구성된 서포터즈들이 실제 자신들의 현실에 맞는 보험 상품을 설계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신증권은 ‘차근차근 청춘 캠페인’의 일환으로 해피빈과 연계해 청춘 관련 키워드 검색 1회 당 20원의 기부금이 쌓여 도움이 필요한 청춘을 도울 수 있는 ‘검색 기부 이벤트’를 통해 현재까지 천 만 회 이상의 검색 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동통신사의 경우, 기존에도 ‘관계’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마케팅을 실시해 왔습니다. 특히 가족결합할인을 통한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초 LG U+가 사실상 무료로 통신비를 제공하고 있는 약 4만 5천여대의 ‘군(軍)수신전용휴대폰’을 이용한 ‘군 장병 응원 프로젝트’를 실시해 가족, 연인과의 소통을 통한 병영 생활의 고립감을 해소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한편, 카드사에서는 ‘문화’를 통해 청춘들을 격려하고 있습니다. 신한카드는 ‘GREAT 루키 프로젝트 2016’을 통해 인디밴드 오디션을 실시했고, 현대카드는 올해에도 ‘Culture Project 2016’을 통해 지속적으로 콘서트, 전시회를 제공함으로써 청춘들의 문화생활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있습니다.
카드사와 같이 기업 차원에서도 청춘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형태의 문화 행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같은 상황에 있는 또래간의 소통을 도모하고,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함으로써 젊고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매년 청춘과 함께 언급되는 콘서트/페스티벌의 게시글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림 7. ‘청춘’ & ‘콘서트/페스티벌’ 동시 언급량 변화 및 채널 점유율 비교]
(* Source : 페이스북은 수집 제한으로 인해 해석에 주의를 요함.)
청춘을 대상으로 한 주요 페스티벌의 소셜 미디어 내 확산 형태를 확인해 보니,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롯데월드 청춘 페스티벌’은 인기 아이돌의 영향으로 팬덤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는 트위터의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삼성그룹의 ‘라이브 퀴즈 콘서트 청춘問답‘은 유명 인사들과 청춘들의 만남의 장을 제공해 호응을 얻으며, 주로 대학생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됐습니다. KT그룹 역시, 매주 마지막 주 문화가 있는 날에 청춘들을 대상으로 ‘청춘氣Up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관심은 주로 취업이나 저렴한 문화 활동을 추구하는 커뮤니티와 블로그를 통해 공유됐습니다.
[그림 8. ‘청춘’ & ‘페스티벌’ 동시 언급 긍정 키워드 및 언급횟수]
이 같은 기업들의 활발한 청춘 마케팅의 영향으로 청춘과 함께 언급된 긍정 키워드도 다수 발생했습니다. 특히, 단순히 이들을 ‘공감(2,559회)’하게 하는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응원(1,878회)’하고 현실적인 ‘멘토링(854회)’을 제공함으로써 ‘성장(1,128회)’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청춘 마케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합니다. 일부는 ‘청춘’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대중 매체를 통해 ‘청춘’이 과소비되고 있으며, 기업의 이미지를 포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청춘들의 힘든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청춘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단순히 ‘긍정적이다’ 혹은 ‘부정적이다’라고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발적으로 작성한 수많은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부정적인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같은 청춘들의 현실을 감안한 기업의 노력에 대한 평가도 엇갈릴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 공통된 목소리는 있습니다. 보여주기 식이 아닌 실질적인 도움과 혜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기업 차원을 넘어선 사회적인 책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