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ase Studies

‘두 마리 토끼’의 딜레마, 디젤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인식 변화

디젤 종주국’, 독일의 대표기업 폭스바겐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난 달 18(현지시각) 미환경보호청(EPA)이 폭스바겐그룹이 북미 지역에 판매한 폭스바겐, 아우디 등 6종의 차량에 배기가스 조작장치(Defeat Device)’를 달아 속여 판 것을 적발해 전량 회수조치를 취했습니다. 향후 부과될 벌금만 약 2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폭스바겐그룹은 즉각 혐의를 인정하고 해당 차종의 미국 내 판매를 전면 중단했지만 사태는 미국 내의 문제로 국한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해당기간 미국 내 ‘Volkswagen’ 구글 검색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이번 사태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높은 관심도를 나타냈습니다. 국내 소셜  미디어에서도 이와 유사한 트렌드를 보이며 이번 사태를 일명 디젤 게이트’, ‘디젤 사기극이라 칭하는 등 부정적인 게시글을 쏟아냈습니다. 이번 사태가 보도된 지 사흘 만에 폭스바겐 측이 피해규모가 세계적으로 1,100만대에 달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약 12만 여대의 문제 차량이 팔린 것으로 확인돼 30일에는 폭스바겐을 상대로 2명이 소송을 제기하는 등 국내에까지 이번 사태의 여파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9 19일을 기점으로 전후 3주 간의 긍부정 상대점유율을 비교한 결과, 부정점유율이 25%p나 증가해 이번 사태로 인해 국내에서 폭스바겐그룹의 이미지가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그 동안 폭스바겐그룹이 클린디젤(Clean Diesel)’으연비와 환경을 모두 충족시킨다.’는 사실을 믿었던 소비자들의 분노와 배신감에 기인합니다. 디젤 승용차는 연비가 좋고, 휘발유보다 10% 이상 저렴한 국내 경유가격정책의 영향으로 가성비 측면에서 강점을 보이며 국내에서도 점차 관심도가 높아지는 추세였습니다. 이를 방증하듯 국내 소셜 미디어에서 발생한 디젤차 언급량이 2013년도 월 평균 2,497에서 2014년도에는 월 평균 5,095으로 약 2배 가량 증가하다 이번 폭스바겐 사태로 인해 2015 9월 사상 최대치인 월간 11,488을 기록했습니다.

 

                          

(출처: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점차 높아지는 디젤차에 대한 관심은 지난 몇 년간 급속도로 성장한 국내 수입차 시장의 기여가 큽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15년도 상반기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27.1%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인 119,832대를 기록했는데, 그 중 디젤차의 비중이 68.4%로 거의 70%에 육박합니다. 이는 상대적으로 앞선 유럽 디젤차의 엔진 기술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높은 선호도와 함께 유럽의 배기가스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는 국내의 환경 정책도 일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2014 4, 국내 첫 중형 디젤 세단인 쉐보레 말리부 디젤이 출시돼 큰 인기를 끌면서 국산 디젤차에 대한 인기에도 불이 붙었습니다. 6월에는 현대자동차가 그랜저 디젤을 출시해 기존 준준형과 SUV에 국한됐던 디젤을 중형 이상으로 확대한 것을 필두로, 현대 소나타’, ‘엑센트’, 기아 ‘K5’, 르노삼성 ‘SM5’, 쌍용 티볼리등 국산차 5사에서 앞다퉈 디젤모델을 쏟아냈습니다.

 

갈수록 높아지는 국내 소비자의 디젤차에 대한 관심이 폭스바겐 사태를 기점으로 어떻게 변화했는지 확인했습니다.

                     

(분석기간: 2015 9 19일 전후 3주간)

폭스바겐 사태 이후 배출가스와 관련된 버즈 점유율이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디젤차는 열효율이 높아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은 가솔린과 비교해 적은 대신,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질소산화물(NOx)’입자상물질(PM)’의 발생량은 더 많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배출가스의 여러 종류를 구분해서 말하지 않고 배출가스’, ‘배기가스로 통칭하고 있습니다.

 

                                   

디젤차가 배출하는 주요 배기가스의 연도별 점유율을 확인한 결과 미세먼지 관련 버즈량이 2014년도 상반기 약 30만 건으로 급증해 1년 새 약 15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디젤차가 배출하는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최근 피해 규모가 확산되고 있는 황사와 더불어 미세먼지가 함께 언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산화탄소배기가스의 점유율도 전 분기보다 각각 3%p씩 증가하고, 질소산화물의 언급량도 585(2013, 1H) 1,349(2014, 1H) 2,566(2015, 1H)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어 디젤차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가 점차 깊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폭스바겐 사태 발생 전/후 디젤차 관련 키워드 Top10  

(분석기간: 2015 9 19일 전후 3주간)

 

디젤차가 배출하는 환경오염물질에 대한 우려가 증폭됨에 따라 디젤의 대안차량인 전기차’,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습니다. 이결과 폭스바겐 사태 이후 디젤차 연관 키워드 Top10 전기차 5, 전기차 기술이 뛰어난 일본하이브리드가 각각 9, 10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밖에 환경 7위에 올라 현재 국내에 적용되고 있는 유로6(2014 9월 이후)’의 낮은 규제 기준에 대한 비난과 함께 환경법 개선의 목소리도 높게 나타났습니다. 향후 국내 자동차 관련 환경 규제가 엄격해질 경우, 디젤차 보급의 일등공신인 수입차 입장에서는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불어 수입차의 고질적인 문제인 국산차 대비 허술한 국내 수입차 A/S 인프라에 대한 부정 여론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벤츠 소유주가 자신의 차량을 골프채로 파손해 화제가 된 것도 수입차 A/S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불만이 극에 달한 사례입니다. 실제로 A/S 관련 버즈 점유율을 확인해보니 국산차 보다 수입차가 더 높게 나타났는데, 수입차 A/S와 관련해 사람들은 주로 긴 대기시간비싼 수리비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기술과 연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국내 디젤차의 대중화에 일조한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저지른 이번 사기행각으로 인해 독일차업계뿐만 아니라 디젤차 전반에 대한 의구심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향후 글로벌 자동차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장담하기는 이르지만, 일각에서는 “‘디젤차의 종말이 시작됐다.’”고까지 말합니다. 그리고 디젤차의 위기는 곧 디젤연료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수입차 업계에게는 더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