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기습적으로 찾아 왔던 폭염(暴炎)이 순식간에 사그라졌습니다. 올해는 6월 중순부터 6일 연속으로 일간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면서 때 이른 폭염주의보[i]를 맞이한 반면, 8월 중순 들어 이례적으로 지속된 비가 금새 뜨거운 공기를 쓸어 내렸습니다. 이처럼 불쑥 찾아온 폭염 현상으로 인해 소셜 미디어에서도 폭염에 대비하는 다양한 이야기가 예년보다 이른 시점부터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림 1. 일간 최고 기온, 폭염 언급 게시글수 추이]
금월 버즈 토픽에서는 사람들이 폭염과 관련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지난 3년간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는 6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소셜 미디어에서 폭염이 언급된 총 1백4십4만 건의 게시글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점차 폭염과 관련해 사람들의 관심사가 변화하고 있는 것을 포착했습니다.
[그림 2. 폭염 관련 주요 키워드 변화 - #What Do They Do?]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과 맞물려 폭염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가장 먼저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이어서 여행의 하위개념으로도 볼 수 있는 ‘물놀이’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2017년도 기준 가장 많이 언급된 물놀이 장소로는 ‘해수욕장(35,513회)’, ‘계곡(24,280회)’, ‘수영장(15,445회)’, ‘워터파크(3,632회)’ 순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가족/친구들과 함께 전국 각지 다양한 장소에서 폭염을 피해 물놀이를 즐기는 것이 보편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폭염 기간에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올해에는 ‘머드축제(347회)’, ‘동강뗏목축제(310회)’, ‘빗물축제(286회)’, ‘수박축제(263회)’, ‘영동포도축제(256회)’, ‘신촌물총축제(235회)’, ‘부산바다축제(139회)’, ‘토마토축제(114회)’ 등 폭염 기간에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축제가 개최돼 피서객들을 발길을 끌었습니다.
더위를 피해 산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저마다 ‘산행’, ‘등산’, ‘트레킹’을 즐기며 자연 속에서 폭염을 이겨내고 있었습니다. 실내 피서족들의 경우에는,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반면, ‘찜질방’에 대한 관심도는 감소하고 있는 것이 확인됩니다.
[그림 3. 폭염 관련 주요 키워드 변화 - #What Do They Eat?]
다음으로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역시 뜨거운 열기를 식혀줄 시원한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커피’와 ‘맥주’와 같이 시원한 마실 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과일 중에서는 ‘수박’이, 면류에서는 ‘냉면’이 가장 많이 언급돼 불볕 더위에 변하지 않는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한편, ‘빙수’를 언급한 횟수가 해마다 감소하고 있어 빙수 열풍의 기세가 차츰 사그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열치열(以熱治熱), 뜨거운 음식으로 몸보신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여름 보양식 중에서는 ‘삼계탕’이 가장 인기를 끌고 있으며, ‘전복’을 활용한 음식을 찾는 사람도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올해 들어 폭염과 함께 ‘도시락’을 언급한 횟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최근 몇 년 새 불고 있는 도시락 열풍 현상과 맞물려 덥고 지친 사람들이 간편하게 한끼 식사를 해결하고자 하려는 현상도 목격됩니다.
폭염을 이겨내는 음식 외에, 사람들이 폭염이 오면 유독 신경을 쓰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림 4. 폭염 관련 주요 키워드 변화 - #What Are They Concerned About? SKINCARE1]]
1) 상기 키워드는 분석 기간 내 폭염이 언급된 전체 게시글을 대상으로 산출한 연관 키워드 상위 1만 개 중, ‘피부’와 관련된 주요 키워드를 선별한 것임.
분석 결과, 연일 이어지는 강렬한 햇빛과 높은 습도로 고통 받는 ‘피부’에 대한 고민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이는 덥고 습한 날씨로 인해 땀과 피지 분비가 많아져 각종 피부 트러블이 생기기 쉽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각종 뷰티 카페, 뷰티 블로그, 지식검색사이트 등을 통해 ‘피지’, ‘여드름’, ‘기미’를 예방/커버하기 위한 스킨케어/메이크업 제품을 찾는 사람들의 질문이 쇄도했습니다.
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피부 관련 제품은 단연 ‘선크림’이었습니다. 뒤이어 ‘팩’에 대한 관심도도높아지고 있는데, 특히 드러그 스토어나 로드 샵, 홈쇼핑 등에서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마스크팩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건조해진 피부에 수분을 보충해주는 ‘수분크림’과, ‘미스트’를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그림 5. 폭염 관련 주요 키워드 변화 - #What Are They Concerned About? HAIRCARE1]]
1) 상기 키워드는 분석 기간 내 폭염이 언급된 전체 게시글을 대상으로 산출한 연관 키워드 상위 1만 개 중, ‘모발/두피’와 관련된 주요 키워드를 선별한 것임.
피부 못지 않게 ‘모발’과 ‘두피’에 대한 관심도도 높습니다. 야외활동으로 인해 모발이 직사광선에 장시간 노출되면 두피가 손상돼 심한 경우 탈모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저마다 자신의 모발에 적합한 기능성 ‘샴푸/트리트먼트’를 찾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염색’이나 ‘탈색’ 모발의 경우, 관리가 한층 까다롭기 때문에 이 시기에 손상모발 전용 샴푸/트리트먼트의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끝으로 폭염 기간에 가장 많이 언급된 제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그림 6. 폭염 관련 주요 키워드 변화 - #What Do They Buy?]
1) 가습기 살균제 이슈의 영향으로 해당 기간 내 언급횟수가 급증함.
찌는 듯한 더위에는 역시 ‘에어컨’과 ‘선풍기’가 필수인 것 같습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매년 폭염을 전후해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을 탑재한 에어컨이 앞다퉈 출시됐다는 소식과 함께, 기존에 원룸, 가정집, 매장 등에 설치된 에어컨을 이전 설치하려는 하는 사람들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올해는 폭염이 일찍 시작됨에 따라 예년과 비교해 7월부터 에어컨이 언급된 게시글 수가 급증했습니다.
[그림 7. 에어컨 언급 게시글 수(건) 추이, 주요 관심사 언급 빈도수]
2017년 7월 한달 간 에어컨이 언급된 약 8십2만 건의 게시글을 확인한 결과, ‘정비(158,052회)’, ‘설치(121,334회)’, ‘교환(57,692회)’과 같은 ‘제품 관리’와 관련된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또한 에어컨의 구매를 결정짓는 요소 중 ‘성능(50,138회)’과 ‘색상(42,804회)’ 못지 않게 ‘소음(74,767회)’의 정도도 주된 요인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에어컨에 이어 폭염과 함께 많이 언급된 제품은 ‘선풍기’입니다. 그 중에서도 올해 들어 ‘휴대용 선풍기’에 대한 관심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는 ‘부채’의 언급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입니다.
이 같은 인기는 저렴한 ‘가격(49,432회)’과 함께 ‘무선(4,706회)’, ‘충전(4,488)’, ‘접이식(2,955회)’ 등의 편의성이 주효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반면, 휴대용 선풍기에서 ‘정전기(4,875회)’가 일어나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에어컨, 선풍기 외에도 ‘쿨매트’의 언급량이 증가하고 있는 점과, 작년부터 ‘래쉬가드’가 새롭게 등장한 현상도 주목됩니다.
폭염을 매년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심한 더위 일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폭염의 빈도가 급속히 잦아지고, 지속 시간도 길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개개인마다 일상 속에서 스스로 폭염을 잘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숙지하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폭염 현상이 사람들의 생활 전반에 미칠 잠재적인 영향에 대한 선행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소비자의 트렌드를 포착해 더 나은 제품 ∙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i] ‘폭염주의보’는 낮 최고기온이 최고 섭씨 33도 이상인 경우가 2일 정도 지속될 때, '폭염경보'는 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경우가 2일 이상 지속될 때 내려지는 폭염 특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