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2018년 7월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저녁 있는 삶”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근로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여 일과 라이프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비롯하여 퇴근 후 백화점 문화센터 등을 통해 취미활동과 자기계발 하는 사람을 칭하는 ‘문센족’, 자신의 건강과 취미, 삶의 전반적인 질 향상에 관심을 두는 사람을 칭하는 ‘업글 인간’ 등 현대인들 사이에서 새로운 문화와 이에 따른 다양한 신조어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퇴근 후의 삶에 대한 신조어가 증가하는 것은 과거 ‘직장-집’이 전부였던 바쁜 일상에서 업무 환경의 변화로 퇴근 후 여유가 생기며 자기 자신의 발전과 삶의 질 향상에 관심이 많아진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사람들은 ‘퇴근 후’에 대해 어떤 이야기들을 하고 있을까요?
먼저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퇴근’과 관련한 자동완성 검색어와 연관검색어를 살펴보면 ‘6시 퇴근’, ‘칼퇴근’, ‘퇴근 후’ 등의 검색어가 등장합니다. 이는 퇴근에 대한 직장인들의 갈망과 함께 퇴근 후 활동에 대한 계획, 기대감 및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퇴근과 관련하여 취미나 여가와 같이 자신을 위한 시간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은 버즈량의 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퇴근’과 ‘취미’나 ‘여가’, ‘모임’을 동시 언급하는 게시글 수의 추이를 살펴보면 2017년부터 2019년 12월 현재까지 소셜미디어 게시글 수가 꾸준하게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퇴근 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취미나 활동에 대한 후기와 추천, 그리고 새롭게 취미 활동을 시작해보기 위해 문의를 남기는 게시글 등의 증가가 버즈량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업무 환경의 변화는 퇴근과 관련되어 나누는 주제의 변화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지난 3년간 사람들이 퇴근과 관련하여 나누는 이야기의 관련 주제를 살펴보면 2017년에는 퇴근과 관련하여 일상적인 회사 생활과 관련된 ‘회사, 평일, 스트레스, 지하철’ 등이 나타났습니다. 2018년에는 보다 여유 있는 생활이 반영된 ‘맥주, 영화, 산책’ 등의 주제가 주로 등장하며 여가에 중점을 두는 생활로 변화하고 있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2019년에는 여유를 즐기는 단순 여가에서 벗어나 ‘자격증, 공부, 건강’등과 같이 자기 계발 또는 건강 관리와 관련된 표현이 주로 언급되어 퇴근 후 여가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이 퇴근 후 즐기는 활동과 관련하여 2019년 하반기 동안 이야기한 주요 화제들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연관어로 언급되는 ‘공부’, ‘취미’, ‘모임’의 주제와 ‘퇴근’이 동시 언급된 게시글들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수업’ 카테고리에서 많이 언급된 주제들로는 ‘공부’가 가장 많았으며 다른 연관어 중 ‘자격증’, ‘영어’, ‘학위’ 등의 내용이 나타났습니다. ‘취미’ 카테고리에서는 주로 ‘운동’이 언급되었으며 이외에도 ‘책’, ‘영화’, ‘피아노’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취미활동에 대한 표현도 보였습니다. 그리고 ‘모임’ 카테고리에서도 취미나 취향에 따라 함께 배우는 ‘원데이 클래스’의 성격이나 좋아하는 것을 다른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동호회, 동아리 같은 친목 도모의 목적과 관련된 모임 연관어들이 등장하였습니다.
퇴근 후 여가 생활과 관련하여 감성분석을 통해 사람들의 긍/부정 반응도 확인해보았습니다. 2017년에는 50% 정도의 긍정 비중이 2019년이 되면서 58%로 +8%P 증가하였고, 부정의 비중에서는 2017년 27%에서 2019년 19%로 -8%P 감소하였습니다. 이러한 감성 반응의 변화는 퇴근 후 본인이 배워보고 싶었던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스트레스도 풀리고 자기관리도 할 수 있다는 만족감이 직장인들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 일으키고 그 영향으로 자기 계발 중심의 퇴근 후 시간을 소비하는 문화가 확산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연관어를 통해 살펴본 내용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퇴근 후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때, 주로 어떤 채널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았습니다.
먼저 ‘취미’와 관련하여 안드로이드 기준 다운로드 수가 10만 건이 넘는 원데이클래스/모임 컨텐츠의 대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중 5개를 선정하여 합산 이용자 수 추이를 살펴보면 2017년 1월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시간과 비용을 비교적 크게 들이지 않고도 손쉽게 다양한 취미생활이나 모임등을 검색하거나, 또는 클래스 수강등을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취미 및 클래스 관련 어플리케이션이 성장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손꼽을 수 있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퇴근 후 취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채널 점유율에서는 블로그의 비중이 가장 크며 클럽, 트위터 채널의 순서로 나타났습니다. 블로그에서는 직장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취미 모임이나 배울 수 있는 곳에 대한 추천과 정보를 나누는 내용들이 많이 언급되었고, 그 밖에 유튜브 채널에서는 퇴근 후 뭐할까와 같은 직장인의 퇴근하고 난 뒤 저녁 집밥 만드는 요리 영상이나 취미 활동을 담은 일상 브이로그 등이 많이 이야기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짧아진 근무시간은 사회 곳곳에서도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온라인 취미 플랫폼 시장도 더 활발해지고 있으며 쇼핑 분야에서는 취미 활동과 관련하여 다양한 악기나 공예도구, 미술용품 등의 관련 상품의 판매도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주로 백화점에서 운영하고 있는 기존 문화센터가 주로 주부를 위한 공간이라는 이미지에서, 최근 퇴근 후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문센족’들의 증가로 문화센터도 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좌 수 증가뿐만 아니라 강좌의 내용 역시 보컬이나 악기, 클라이밍, 공예 등과 같이 다양하고 이색적 내용의 강좌를 더 오픈하고 있으며 강좌 시간 역시 퇴근 시간을 고려한 시간대로 더 많은 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근무시간 단축은 업무로 인해 지쳐있던 직장인들에게 성장할 수 있는 자기계발의 시간과 자신만의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져왔고, 이런 수요에 맞춰 시장에도 변화가 생겨났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런 모습들이 개인 한 명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과 건강한 문화로 자리잡기를 기대해봅니다.